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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충동 속 진정한 삶의 의미 찾는다”, 치료적 공연 ‘WHITE’(사)한국연극치료협회 박미리 회장 인터뷰

최근 집단따돌림을 당한 십 대 학생들의 자살 소식이 잇따르며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때마침 공연계에는 집단따돌림을 소재로 한 공연이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는 집단따돌림 피해 학생의 이야기뿐 아니라 가해 학생과 그 학부모의 집단 이기주의를 드러내며 평단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자살은 단지 한 사람의 죽음으로 비극이 끝나지 않는다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자살’에 의한 죽음은 죽음 이후에도 자살 원인과 자살자 유가족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이 생겨나 상처와 피해가 더욱 확산된다. (사)한국연극치료협회 박미리 회장은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거나 자살자 유가족인 경우 삶에 대한 의미를 다시 찾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자살자 유가족들은 남은 사람들에게는 남겨지는 사람으로서의 죄책감과 상처를 덜어줄 수 있는 치유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살’을 둘러싼 상처 치유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사)한국연극치료협회가 주관하는 치료적 공연 ‘WHITE’에 주목할 만하다. 자살자 유가족 및 일반 관객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이 공연은 ‘살아있음’으로 얻게 되는 여러 가지 의미를 깨닫게 한다. 실제 죽음을 둘러싼 사례를 기반으로 꾸민 연극 무대는 간접체험에서 나아가 자살예방을 위한 직접적인 관객 참여를 시도한다. 치료적 공연 ‘WHITE’가 일반 공연과 무엇이 다른지 (사)한국연극치료협회 박미리 회장에게 이번 공연의 의미와 특징에 대해 물었다.

공연의 제목 ‘WHITE’의 의미는?

작품이 죽음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서 죽음의 이미지를 담은 것이다. 치료적 공연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작품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배우들과 함께 고민해서 제목을 붙였다. 순백의 ‘WHITE’가 삶이 사라지는 것, 동시에 누군가 또 다른 삶을 이어가야 하는 ‘죽음’과 ‘삶’의 이미지를 잘 담아낸다고 생각했다.  

죽음을 직면해야 하는 배우들의 오디션 과정, 어떻게 이뤄지나?

죽음과 관련된 작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알고 오디션에 응한 사람은 거의 없다. 배우들이 자기문제를 솔직하게 이끌어낼 수 있도록 몇 명씩 묶어서 즉흥적으로 오디션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배우들은 자살을 하고 싶었던 혹은, 자살을 가까이에서 경험했던 자신의 문제와 직면하며 진솔한 자신과 만날 준비를 한다. 또한, 오디션을 거친 배우들은 워크숍을 통해서 배우들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선택하게 한다. 이야기는 미리 짜여져 있지 않으며 배우들이 논의와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완성해간다.

이번 공연이 치료적 공연의 네 번째 무대다. 그동안의 관객 반응은 어떠했나?
 
치료적 공연은 관객과의 소통과 참여가 50% 이상을 차지한다. 무대에 개입하는 방식도 직접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매 공연 분위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90% 가까이 관객의 참여로 이끌어가는 경우도 있다. 관객들은 자신의 삶과 너무나 일치하는 극을 보며 힘들어하기도 한다. 죽음을 둘러싼 자신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치료적 공연은 다른 일반 공연과는 공감의 차원이 다른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사)한국연극치료협회는 연극치료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연극치료의 효과와 그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극 자체가 치유 기능이 있다. 연극치료에서는 그것을 ‘동일시’와 ‘거리두기’로 설명한다. 대체로 현대인들은 자신의 상처를 지나치게 멀리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밀착하는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자신의 문제에 지나친 ‘거리두기’를 하거나 지나친 ‘동일시’를 하지 않는 적절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연극을 보는 과정에서 평소에 지나치게 거리를 뒀던 사람은 자신의 문제와 직시하며 가까워지는 경험을, 지나치게 집착했던 사람은 거리두기의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치료적 연극은 몸을 통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몸으로 직접 역할과 만난다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공연을 기획한 공연관계자는 이번 공연의 일반 공연과의 차이에 대해 “주인공이 되는 극적체험을 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그는 “연극치료는 ‘웜업-본활동-마무리’의 단계가 있다. 관객은 극장에 들어가는 순간 극장 전체를 돌고 배우와의 짧은 만남 시간을 가진다. 관극 중에는 자살예방과 삶과 죽음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며, 관극 후 무대에 나와서 배우들과 다시 만난다. 이는 연극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기표현을 하는 의미 있는 체험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죽음의 충동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치료적 공연 ‘WHITE’는 오는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아트센터 K 네모극장의 무대에 오른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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