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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간을 넘어 인연에 닿으러,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배우 최유하-②“매 공연마다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느낌”


최근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태희’ 역을 맡고 있는 최유하는 이 작품의 ‘라이브’한 매력에 한여름 장맛비를 맞은 듯 흠뻑 빠져있다. 원작 영화가 주는 감성의 힘, 드라마를 이해할 줄 아는 연출, 이야기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음악, 유기적인 무대가 더해져 영화와는 또 다른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만의 ‘색’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매 공연마다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느낌”이라는 최유하를 만나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속 숨은 ‘라이브’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 이번에 뮤지컬 ‘스위니 토드’로 호평을 받았던 ‘아드리안 오스몬드(이하 아드리안)’가 참여했어요. 저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외국 연출이 한다고 했을 때 이 작품 속 한국적 감성 같은 걸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하더라고요. 군대, 환생 같은 것들이요.

아드리안은 제가 진심으로 인간적으로 사랑하게 된 사람이고, 존경하는 분이에요. 저는 작품을 할 때마다 ‘연출님 말을 듣자’라는 주의예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저만 튀던가, 작품이 재미없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아드리안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죠. ‘저 사람이 군대 문화를 알겠어?’, ‘이런 감정을 알까?’ 그런 것들이요.

뮤지컬 ‘엣지스’를 할 때 (강)필석 오빠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번지점프를 하다’ 공연을 끝내고 왔었어요. 그때 필석 오빠가 ‘그 연출가 천재야’ 그러더라고요. 당시는 그렇게 넘겼는데, 이번 공연을 연습하면서 제가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필석 오빠에게 ‘이런 부분은 저 연출가가 잘 모르는 것 같지 않아?’ 그랬어요. 그때 오빠가 다시 ‘천재야~’라고 말하는데 옛 기억이 ‘딱’ 떠오르더라고요. ‘그때 그 사람이구나!’하고요. 필석 오빠가 경험을 미리 해봤으니 의심을 버리고 따라보자고 했는데 결국에는 아드리안의 말이 맞았어요. 이 작품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분석을 제일 많이 한 사람이에요. 장면 속 등장하는 감성을 자신이 이해했더라도 한국 감성과 다를까 봐 늘 의심했고, 협력연출님과 배우들, 스태프들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들으셨어요.

아드리안의 연습 방식도 좋았어요. 대본을 보고 모여서 ‘너희 생각은 어때?’라고 물어보고, 생각을 말하면 ‘그래, 그럼 이렇게 한 번 해볼까?’ 그게 다였어요. 세부적인 동선을 짜주신 적도 없어요. 큰 틀은 잡아주시되 우리가 하는 걸 많이 보셨어요. 절대 강요하지 않으시고요. 그래서 정말 ‘리얼’하게 갔던 것 같아요. 싸우는 장면을 연습하다가 정말 짜증이 나서 운 것도 리얼이었고요.(웃음) 아드리안의 연출에 배우들도 많이 만족했어요. 그런 믿음을 배우들이 갖기가 쉽지 않거든요.

- 배우가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주셨네요.

네. 정말 많이 주셨어요. 대부분의 디렉션이 ‘너처럼 해봐’였어요. 노래 들어가는 큐도 다 달라요. 함께 캐스팅된 (전)미도와 저도 다르고, 필석 오빠와 우형이도 다르고요.

사실 저는 저에 대해서 정말 측근들 아니면 모르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연습하고 한 2주쯤 지나서 아드리안이 사람들이 없을 때 다가오더니 ‘너는 그런 부분이 있잖아’ 하고 말하는 거예요. 영어를 잘하진 못하지만 통역 없이도 하는 편인데, 일부러 통역사분을 빼놓고 오셨어요. 통역사분이 들으면 제 기분이 상할까 봐요. 몰래 와서 ‘네 성격에 그런 부분이 있잖아. 그런 부분은 그 장면에서 뺐으면 좋겠어’ 그랬을 때 정말 말문이 막혔죠. ‘그게 티가 나요? 내가 그런 면을 보여준 적 있어요?’라고 물을 정도였어요. 정말 아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그때 저는 연출가란 ‘사람을 볼 줄 알아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사람은 ‘혜안’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충격도 받았고, 그래서 더 믿고 따랐던 것 같아요.

- 자신의 내면을 알아채는 사람을 만나면 조금 부담스럽지 않나요?(웃음)

처음에 그 부분을 들켰을 때 굉장히 발가벗겨진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약간 좀 침체돼 있으면 ‘우쭈쭈’하는 말을 해주세요.(웃음) 연출님과 커뮤니케이션을 원래 많이 하는 편인데 그 부분을 들키고 나서 더 많이 하게 됐죠.

사실 제가 표현을 잘 못 해요. 아드리안이 가는 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그 말이 ‘난 널 너무 좋아해’였거든요. 송별회 때 꼭 하고 싶었는데 못하겠더라고요.(웃음) 쿨 하게 넘기는 하다가 결국 드라마 한 편을 찍었죠. 떠나는 아드리안에게 ‘난 널 사랑해!’ 그랬어요. 아드리안은 차 밖으로 막 몸 내밀고.(웃음) 그 말을 하고 나니까 정말 시원했어요. 한국에 있는 게 아니니까 다시 만날지 못 만날지도 모르잖아요. 지금은 후련해요. 그 사람이 제 마음을 알 것 같아요.(웃음)

-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음악에서 특히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작곡가인 ‘윌 애런슨’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는 어땠나요?

처음 들은 노래가 ‘그게 나의 전부란 걸’이라는 듀엣곡이었어요. 처음 들었을 때 ‘평범한 사랑의 듀엣이군’ 그랬어요.(웃음) 그 다음에 들었던 음악이 ‘프롤로그부터 왈츠까지’였어요. 그때 한 방 맞았죠. 만든 사람이 정말 천재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요. 제가 윌의 음악을 평범하다고 들었던 건 주변에서 하도 ‘윌 천재잖아’라고 말을 많이 해서였던 것 같아요. 저의 기대치가 정말 컸던 거죠. 지금은 천재라서 ‘그게 나의 전부란 걸’이라는 곡을 그렇게 쓴 것 같아요.(웃음) 그 노래를 음악감독님과 연습하다가 많이 울었어요. 지금은 참는 법을 많이 배웠지만요. 저는 이 작품이 정말 좋은 게 정말 ‘감성’이 잘 맞는 사람들이 모인 것 같아요. 작곡가, 음악감독, 연출가, 작사가, 배우도 그렇고요.

- 처음에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음악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아니, 어떻게 하려고?’ 하는 생각을 했어요. 원작에서 그 음악이 차지하는 부분이 참 컸다고 생각했거든요.

왜 굳이 이 사람이 ‘내 왈츠’로 하고 싶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아요. 이 곡이 메인테마잖아요. 그 용기도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윌은 하도 똑똑해서 자기가 이런 결과를 얻을 거라는 걸 다 알고 있을 것만 같아요.(웃음) 정말 똑똑한 사람이에요. 한국말도 너무 잘해요. 한국말을 잘해야 이 음악과 이 작품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 혹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 있으세요?

연습 때부터 지금까지 ‘여관’ 장면이 제일 좋아요. 세상에 둘만 있는 것 같아요. 배우가 연기할 때 관객이 0% 인지된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제가 친구에게 ‘나는 대극장이 더 좋다’고 했었던 적이 있어요. 그 이유 중 하나가 대극장은 라이트가 커서 딱 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소극장은 같이 호흡한다는 말을 하잖아요. 정말 그 말이 맞아요. 극장 안의 사람들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대극장 공연이어도 관객의 호흡이 인지되는 장면이 있는데, 여관 장면은 정말 딱 둘뿐인 것 같아요. 저는 공연하면서 그런 느낌을 처음 받았어요. 태희가 손으로 인우의 얼굴을 가리고는 “보고 싶어서 그 잠깐도 못 참겠다”고 말하는 것도 정말 좋아요. 대사도 정말 좋고, 장면 자체가 주옥같아요.

-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배우 최유하의 원칙을 많이 깨드린 작품이에요. 나중에 배우의 삶을 되돌아봤을 때 어떤 의미나 흔적을 남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에 대한 답은 공연이 끝나야 알게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인터뷰는 모두 과거의 순간을 말씀드린 거잖아요. 제가 이 작품을 하면서 즐긴 건 30%, 힘든 건 70% 정도예요. 힘든 일도 많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답도 매일매일 달라요. 정말 하루하루가 다르기 때문에 이 작품이 제게 어떤 의미가 될지는 아직 저 멀리에 있는 질문 같아요. 계속 찾고 있어요. 지금은 하루하루 더 사랑하려고 하고 있어요.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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