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쇼가 특별한 이유는 ‘진솔한 토크쇼’라는 독특한 형식 외에도 또 있다. 이야기쇼는 배우들의 출연료와 공연장 대관료, 티켓 판매 수익금 전부를 기부금으로 사용해 왔다. 그간 이야기쇼의 기부활동은 많은 환우들에게 희망을 주며 관객에게도 따뜻한 나눔의 감동을 선물했다.

시즌2를 맞은 이석준 배우와 이야기쇼 스텝들은 공연계를 위한 의미 있는 나눔에 대해서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이야기쇼를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있어 감사하다”고 말하는 이석준 배우에게 이야기쇼를 통한 기부와 나눔의 의미를 물었다. 또한, 공연계에 종사하는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국내 신인 배우들과 창작뮤지컬, 앞으로의 국내 공연계의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들어봤다.

이야기쇼는 티켓판매수익을 어려운 환우를 위해 기부해왔는데요. 현재는 어떻게 쓰이고 있나요?

지난해는 사랑밭(사회복지 NGO단체)을 통해 기부했고요. 현재는 뮤지컬 종사자들의 복지기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논의 중이에요. 작년 1년간 어려운 환우들을 도왔고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우선 뮤지컬 하는 사람들이 모두 건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년 12월쯤 어떤 공연 스텝분의 딸이 백혈병이란 소식을 들었어요. 그런데 관객들이 그분을 돕기 위해 직접 나서더라고요. 아직 뮤지컬협회는 체계나 자금력이 부족해서 그런 기금을 조성할만한 상황이 못됐고요. 그 상황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어요. 이야기쇼는 관객들에게 보여줄 게 있으니까 이걸로 뮤지컬 종사자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어요. 사실 뮤지컬이 빛을 많이 본다고 생각하지만 어두운 곳, 마치 그림자처럼 혜택을 못 받는 분들이 많아요. 처우가 심각한 분들도 있고요. 아픈데도 약을 못 사 먹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 쪽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어떨까 해서 논의하게 됐어요. 여기 출연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료를 모두 기부하고 있고, 극장에서 대관료를 기부금으로 내놓고 있어요. 이렇게 모든 사람이 힘을 합친다면 뮤지컬계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그럼 현재 수익금 사용 상황은 어떤가요?

올 연말까지 수익금을 모은 후에 뮤지컬 협회, 배우, 스텝, 충무아트홀, 이야기쇼 관계자들이 이렇게 모여서 다자간 토크를 할 생각이에요. 해당 기구를 마련해서 대상자를 선정해야 해요. 이 안에서 소화될 수 없다면 작년과 같이 환우들을 위해 쓰이게 될 거에요.

사실 처음에는 이 문제 때문에 굉장히 많은 말을 들었어요. 기부한다면서 당신들 마음대로 결정하느냐는 말을 듣고 나쁜 데 쓰자는 의도가 아닌데 싶어서 한동안 멘붕이 왔어요.(웃음) 그런데 역으로 생각을 해보니 다른 생각이 들더라고요. 관객들이 정말 이야기쇼를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구나... 그래서 알고 싶어하는구나 하고 깨달았죠. 그래서 사용하기 전에 미리미리 알려 드려야겠다 생각했어요. 어떻게 쓰였는지는 무조건 공개해야 하는 거고요. 앞으로 이렇게 쓸 예정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까지 함께 의논해 볼 생각이에요.

그동안 이야기쇼는 많은 신인 배우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왔는데요. 국내 신인배우들의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능력 있는 신인이 정말 많아요. 무서울 정도로 많더라고요. 기성 배우들, 소위 이름 있다고 하는 배우들이 긴장해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밑에서 올라오는 신인층이 굉장히 두터운데  아직 그 친구들이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어요. 기성 배우들은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던 거예요. 좋은 작품에 좋은 역할을 맡다 보니 팬들이 많아지고, 그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거지 그들이 정말 뛰어나서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거에요.

이야기쇼는 실력은 뛰어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의 ‘나는 뮤지컬배우입니다’ 코너를 만들어서 이런 배우들도 있다는 걸 보여줬는데요. 정말 반응이 좋아서 12월 연말에는 그 배우들만 데리고 콘서트를 열었어요. 그때 참여한 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충격적일 정도로 뛰어났어요. 어떤 기회를 얻는다면 굉장히 큰 주목을 받을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돼야 그들이 지금의 불안한 뮤지컬계를 잡아줄 거라고 생각해요. 한정된 배우 위주가 아닌 작품 위주로 돌아갈 수 있을 거고요.

여기에 출연했던 신인들이 나중에 그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고 알려진다면 뿌듯하시겠어요.

우리가 옳았다고 느끼겠죠. 간단한 예로 시즌1 때 이야기쇼에 나와 소개한 배우들이 지금은 이름만 대면 ‘아!’하는 배우들이 됐어요. 홍광호, 조정석, 김무열 배우 등이 있죠. 당시에 나와서 정말 잘 생기고 실력도 정말 좋다 했거든요. ‘어떤 배우가 있는데 괜찮아요’하면 가서 어떤지 알아보게 해서 무대에 올렸어요. 그렇게 해서 알려진 배우들 정말 많아요.

기준은 어디까지나 가능성과 실력이에요. 소문이 와요. 누가 핫하다는 얘기를 듣죠. 하지만 관객들이 연예인처럼 좋아하는 건지 그 실력을 좋아하는 건지 구분해야 해요. 연예인처럼 사랑받는 친구들은 약간 배제하려고 해요. 물론 시즌1 때 실패한 적도 있어요. 신뢰 가는 분이 추천해주셨는데 충격적일 정도로 실력이 부족해서 당황한 적도 있죠.(웃음)

- 대한민국 뮤지컬, 한국형 창작으로 승부해야

상반기 작품 중에 인상적으로 봤던 작품이 있으신가요?

상반기 때 작품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요. 이야기쇼를 통해 만난 작품 중에서 두 가지는 꼽을 수 있어요. ‘식구를 찾아서’와 ‘셜록홈즈’에요. 대한민국 뮤지컬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만드는 길밖에 없어요. 사실 창작의 기준이 모호해요. 대한민국 순수창작이라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것도 어폐가 있어요. 누구의 작품이냐가 더 중요하겠죠. 저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붙을 수 있어야 하고 또한, 해외로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라이센스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거든요. 두 작품은 창작의 가능성을 보여줬어요. 한국형 창작뮤지컬이죠.

예전에 이야기쇼에 ‘아이다’ 팀이 공연할 때 팀 라이스가 내한했어요. 그때 하필 신기하게 축하공연을 ‘빨래’ 팀이 와서 노래를 했어요.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열창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빨래’의 노래가 인상에 남았어요. 그래서 작품을 직접 보러 갔고 충격을 받아서 ‘빨래’ 작가를 이야기쇼에 불렀어요. 그랬던 ‘빨래’가 지금은 일본에 가 있죠. ‘식구를 찾아서’는 ‘빨래’에서 한 역할을 하고 계시던 배우가 연출을 하셨어요. 이야기쇼에 어떻게든 끌고 와야겠다 해서 모셨는데 할머니들이 부르는 ‘식구를 찾아서’의 노래가 모든 관객을 울렸어요.

창작만이 살길이라고 앞서 말씀하셨는데요. 현재 국내 창작뮤지컬의 수준은 앞으로 갈 길을 생각했을 때 어느 정도 와 있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100단계가 있다고 한다면 한 2단계쯤요?

너무 짜게 주신 것 아닌가요.(웃음)

가능성이 아니라 갈 길을 생각했을 때요. 가능성만 보면 100단계를 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만큼 인프라가 강하니까요. 그런데 그걸 못하게 막고 있어요. 그게 저는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제작사들이 완성도가 있어야만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라이센스를 위주로 하고, 배우들이 좋은 창작 작품에 많이 참여해줘야 해요. 또한, 관객들이 좋은 창작작품을 많이 봐줘야만 배우들이 그런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제작사들도 제작에 뛰어들거고요.

현재는 좋은 창작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팀도 부족해요. 저는 뼈를 깎는 고통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뼈를 깎는 고통으로 좋은 배우가 참여하고 뼈를 깎는 고통으로 관객들이 지켜봐 줘야 발전한다고 생각해요. 돈을 내고 수준 떨어지는 공연을 보시라는 뜻은 아니에요. 돈을 내고도 훌륭한 공연을 볼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가자는 거죠. 그러려면 협회도 노력해야 하고 앞으로 갈 길이 너무 멀어요. 어떤 팀 하나가 굉장히 좋은 작품을 창작해서 이런 창작작품이 세계에서도 먹힐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계속 연쇄반응이 일어나겠죠. 제가 현재 2단계라고 말씀드린 것은 일단 그 시작은 됐다라고 보는 거예요.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같은 배우들에게 존경받는 ‘좋은 배우’란 어떤 배우일까요?

배우는 가면을 쓰고 있어요. 유리가면이죠. 무대 위에서 자신과 다른 누군가를 표현하기 위해서 끝까지 노력해요. 가장 위대한 배우는 마지막에 가면을 모두 걷어내는 배우가 아닐까 생각해요.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무대 위에 쏟아내는 사람이요. 그걸 윤복희 선생님을 보고 배웠어요.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젊은 배우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다.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서 수백 명의 관객에게 코드를 다 꽂아주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가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관객들은 이미 코드를 들고 왔다. 수백 명이 당신에게 코드를 꽂아주고 있는 거다. 그래서 그 꽂힘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거다. 뭔가를 관객에게 주려고 하지 마라. 관객은 이미 다 알고 있고 배우 자신만 알고 있으면 된다’는 말씀이셨어요. 어린 친구들은 ‘나 잘해’를 외치고 싶어 하지만 정말 잘하는 선배 배우분들 보면 스스로 잘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아요. 구석에 앉아있어도 그 사람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그분만의 힘이 있죠. 그런 에너지를 가진 배우, 그게 제일 좋은 배우겠죠.

자신이 그런 배우로 가고 계시다고 생각하시나요?

가고 싶습니다.(웃음) 아직은 무대에서 그걸 배워가고 있어요. 지금은 1,000개의 코드 중에 10개 정도 꽂히면 그것에 감동하는 배우에요. 하지만 지금은 그 코드가 꽂힌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걸 알지 못하고 내가 꽂으려고 애쓰는 배우가 아니라는 것,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해요.

박세은 기자_사진 이야기쇼 제공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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