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7일 첫 문을 연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 시즌2’(이하 이야기쇼)가 곧 1주년을 맞는다. 시즌2는 지난 2007년 막을 내린 이야기쇼 시즌1의 뜨거운 호응을 잊지 않고 3년 반 만에 다시 돌아와 관객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현재 이야기쇼는 독특한 기획과 함께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배우들을 무대에 올려 관객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진솔한 무대로 관객에게 배우의 진짜 모습과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이야기쇼의 진행자 이석준 배우를 만나 1주년을 맞은 소감과 이야기쇼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이야기쇼 시즌2가 1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소감이 어떠세요?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벌써 1년이구나 싶어요. 돌아보면 한 회 한 회가 다 생생하게 기억나고, 소중했던 회차들이에요. 매번 인터뷰를 하면 어떤 회차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물으시는데요. 뽑기가 힘들어요. 너무 많거든요.(웃음)

시즌1이 2008년에 막을 내렸을 때 팬들의 아쉬움이 컸는데요. 그때 심정이 어떠셨나요.

딸내미 시집보내는 기분이랄까요? 뭔가 잊어버린 듯한 기분이었어요. 그때 당시 스케줄도 많아질 시기였고 결혼도 해야 했어요. 제가 해야 할 게 굉장히 많았지만 이야기 쇼를 4년이나 계속할 수 있었고, 100회 약속을 드디어 지켰다는 사실이 뜻깊었어요. 감사했던 것은 100회 특집을 하면서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모았는데 남경주 선배, 조승우 배우 등 다 나와서 시즌1의 마지막을 빛내줬다는 것, 이야기 쇼를 사랑해주셨다는 것이었죠. 그때는 잘 몰랐어요. 이야기쇼니까 좋아해 주겠지 했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어떻게 그들을 모을 수 있었을까 놀랍고 감사하더라고요.

다시 시즌2를 시작했을 때는 어떤 기분이셨어요?

시즌2는 보답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시즌1이 끝나는 날부터 ‘돌아와 달라’, ‘다시 할 거죠?’ 하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시즌2를 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는 감사인사를 굉장히 많이 들었고요. 관객들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좋아했어요. 그래서 이야기쇼 시즌2를 시작할 때는 내 이득을 취하려는 것보다는 이렇게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우리 것이 아니라 관객분들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시작해보자고 생각했죠.

- 배우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는 무대

다시 돌아온 이야기쇼에 관객과 배우 모두 기뻐했다고 하셨는데요. 이야기쇼의 어떤 부분들이 관객은 물론 출연 배우에게까지 감동을 주는 걸까요.

이야기쇼에는 진솔함이 있어요. 무대에서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항상 가짜 인생을 보여주거든요. 배우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란 쉽지 않아요. 무대를 업으로 삼는 배우들일수록 본인에 대한 포장은 더 심해지겠죠. 어느 날 갑자기 팬들에게 ‘저는 이렇게 살아왔어요’를 말하기도 어렵고요.

다른 일반 연예인들에게는 그런 소통의 장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뮤지컬은 상업과 비상업의 사이에 있어요. 뮤지컬 배우는 아이돌처럼 방송을 할 수 있을 만큼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그 사람을 꾸준히 사랑하는 팬들이 있죠. 사랑하는 팬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데 그런 무대가 없는 거예요. 배우의 자신의 진짜 얘기를 들려주고 싶은 욕망과 배우의 진짜 얘기를 듣고 싶은 팬들의 욕망, 이런 것들이 서로 맞닿아 있는 곳이 이야기쇼라고 생각해요.

- 배우와 관객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노하우

이야기쇼의 매력 중 하나가 무대와 객석 간에 거리감이 없고 친근하다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현장감이에요. 이야기쇼는 짜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시즌1부터 지금까지 자신하고 있는 노하우 중 하나는 ‘계획하면 계획할수록 원하는 대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얼마나 출연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토해놓을 수 있도록 여백이나 간극을 벌려놓는지가 중요해요. 이 사람이 이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예측해서 질문을 미리 준비했을 때 단 한 번도 호응이 좋았던 적이 없었어요. 실제로 배우 본인이 사전 인터뷰했을 때와 무대 위에서의 말이 달라지기도 하고요.(웃음)

저도 대본을 보고 시작하지만 무대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질문지 자체를 게스트에게 주지 않아요. 정말 위험한 질문 말고는요. 현장에서 바로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도록 해요. 버벅거리면서 얻은 답변이 감동일 수 있고요. 즉흥적으로 시원하게 이야기해줄 때의 카타르시스도 있어요. 한 가지 예를 들면, 박정자 선생님께서 원래는 무대에서 노래를 몇 곡만 하시겠다고 했어요. 어떤 곡을 하면 이 곡은 안 하겠다 말씀하셨죠. 그런데 노래가 끝나고 관객들이 감동을 받아서 ‘아!’하는 탄성이 나오자 그 기운에 ‘에잇 한 곡 더 할 거야’ 하신 거예요. 결국 그 마지막 곡에 관객이 더 열광하고 더 큰 감동을 받았어요.

진행자가 놀랄 정도로 과감하게 솔직했던 분은 누구셨나요?

역시 박정자 선생님과 윤복희 선생님이 떠올라요. 연륜 있는 선생님이실수록 무대에서 숨김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포장하시는 게 없으시죠. 우리가 오히려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사실을 그런 거 아니다’ 식으로 솔직하게 말씀하시거나. ‘사람들이 이런 말들을 하더라’ 하고 먼저 다 꺼내시니까 관객 입장에서는 이 분을 이해할 수 있는 장이 열리는 거죠. 특히, 박정자 선생님은 작가가 인터뷰를 하고 정말 불안해했어요. 선생님의 진지함과 포스를 어떻게 무대에서 감당해내냐는 거였죠. 그런데 막상 무대에서는 열 배 더 웃겨 주셨고, 열 배 더 감동이셨어요.

최근 관객반응이 가장 좋았던 때를 꼽아주신다면요.

관객반응은 매번 좋고요. 매 회 기록을 경신하고 있어요. 특히, 관객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때는 정성화 배우 때랑, 요전에 진행했던 ‘섹시동안클럽’이었어요.(웃음)

‘섹시동안클럽’은 이야기쇼 이후에 화제가 됐는데요. 그런 재미있는 기획들은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배우들끼리 얘기를 많이 해요. 농담처럼 흘린 말들을 제가 기억하고 있는 거죠. 예를 들면, ‘누구랑 누가 결혼해서 가족이 됐는데 누구도 가족이고 누구도 가족이더라’ 하는 얘길 듣고 그걸 기획해볼까? 하는 거죠. ‘섹시동안클럽’은 양준모 배우가 어느 날 ‘뮤지컬 쪽에 동안클럽 있습니다’ 하면서 이름을 대는데 그게 정말 웃겼어요. 이렇게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기획을 미리 해놓고 때를 기다리는 거죠. 현재 내부적으로 나온 기획이 16~17개는 돼요. 그게 다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요.

- ‘이야기쇼’가 ‘배우 이석준’에게 주는 의미

배우로서 배우와 관객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진행자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야기쇼를 하려면 먼저 진행자인 제가 자신을 많이 보여줘야 해요. 제 자신의 얘기를 끄집어 내놔야 다른 이야기들도 같이 나오기 때문에 가장 많이 보여주게 되는 거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야기쇼에서 배워가는 게 너무 많아요. 출연료를 받지 않고 기부한다는 것은 대외적인 의미에요. 그것을 넘어서 저 스스로 얻어가는 게 정말 많아요. 아무리 어린 친구라도 그들의 인생을 통해 배울 점이 있고, 선생님들이 노력하신 얘기를 들으면 나도 당장 내일부터 시작해야지 싶어요. 그렇게 해서 배우로서의 스펙트럼도 넓어지는 것 같고,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참 감사한 일이죠.

진행자로서 진솔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저는 관객들이 궁금한 것, 가려운 부분이 뭔지를 알아요. 그리고 배우가 관객들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어 하는지도 알고요. 제가 배우기 때문이죠. 그게 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이름을 나눠서 관객들에게 표를 팔아야 하는 입장에 있는 배우는 두 가지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굉장히 신비주의를 유지해서 무대 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하거나, 굉장히 관객과 밀접하게 닿으려고 하죠.

저는 후자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관객이 배우에게 다가오는 게 어려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배우들은 관객의 인생을 대변해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관객의 일상 속에 깊이 관여돼야 한다고 봐요. 제가 그렇게 관객과 얘기하다 보니까 관객이 요구하는 얘기들을 굉장히 많이 듣게 됐어요. 결국은요. 관객이 궁금해하는 것들과 배우가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은 맞닿아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인터뷰②에서 계속)

박세은 기자_사진 이야기쇼 제공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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