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아(경희대 무용학부 4년)는 한국무용의 명맥을 잇고 있는 전통무용수다. 최근 동아일보사가 주최하는 2012년 제42회 동아무용콩쿠르에서 한국무용 전통 여자부문 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고 한진옥류 호남검무 전승자인 김자연의 제자로 호남지역 전통무용인 호남검무를 사사받았다. “전통무용을 하려면 감성이 정말 풍부해야 한다”고 말하는 전통무용수 나혜아에게 동아무용콩쿠르 금상 수상의 소감과 전통무용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대회 출전 목적, 수상이 아니라 기량의 향상”

동아일보사가 주최하는 동아무용콩쿠르는 한국 무용계에서 주목하는 권위 있는 신인 등용문이다. 그는 지난 4월 1일과 2일에 열린 제14회 여수진남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도 무용부문 ‘명무부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런 두 번의 연이은 수상에 대해 그는 “대회에 출전하는 목적은 수상이 아니라 기량의 향상”이라며 수상 욕심을 경계해 엄격히 가르쳐 온 스승 김자연(고 한진옥류 호남검무 전승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또한, “모교인 광주여자고등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하느라 연습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어요. 매일 새벽 3시까지 열정적으로 지도해 주신 스승님과 부모님의 열정적인 지원 덕분”이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처음 금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심경이었을까. 그는 분장을 막 지우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순간 수상소식을 접했다. “제가 금상이라는 거예요. 만약 금상이 아니라 은상이나 동상이었다면 소리 지르고 뛰며 기뻐했을 거예요. 그런데 금상이라니 너무 놀라고 믿기지가 않아서 그 자리에서 멍하니 있었어요. 그 후로도 계속 실감이 안 나서 뭔가 꿈을 꾸는 느낌이었어요”

“고 한진옥류 호남검무의 명맥 잇겠다”

무용가 나혜아는 신갑도, 이장선, 이대조로부터 사사한 고 한진옥류 호남검무를 잇고 있는 호남검무 전승자 김자연의 제자 중 한 명이다. 호남검무는 호남지방 광주에서 이어지는 춤으로 다른 지역 검무에 비교했을 때 웅장함보다는 호남 지역에 맞는 활달하고 둥근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는 호남검무에 대해 “‘멋’이라는 말 그대로를 몸소 실감할 수 있게 하는 춤”이라고 말하며, “호남지역 특유의 호방한 멋이 깃들어 춤사위에 다양한 기교가 배어 있고, 복식이나 검 또한 다른 지역의 검무보다 더 멋스러운 것이 매력”이라고 전했다.

고 한진옥류 호남검무는 그 당시 임금에게 옥관자를 받을 정도로 명무였던 신갑도, 이장선, 이대조 스승들에게 사사를 받은 한진옥이 체계화한 춤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호남지역만의 특성이 담겨 있어 문화적으로도 매우 가치 있는 춤이다. 전통무용 호남검무의 명맥을 잇고 있는 계승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는 “자신이 귀한 춤을 추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한다. “호남지역의 성격을 반영하는 호남검무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어렵게 어렵게 내려온 춤이에요. 마치 종갓집의 장손처럼 고이고이 귀하게 계승돼 왔어요. 그런 귀한 춤을 제가 추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감사해요. 전승자이신 김자연 스승님께서 그 어떤 작품보다 애착을 가지시고 보존해 오신 이 춤을 절대 손상 없이 잘 보존하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전통무용, 춤사위의 기교 이전에 감성이 풍부해야”

어린 나이부터 전통무용을 해온 지난 날 힘든 순간은 없었을까. 그는 육체적인 고단함보다 춤에 대한 이해와 ‘감성’의 한계가 어려웠다고 말한다. “전통무용을 하려면 감성이 정말 풍부해야 해요. 저는 춤을 추며 저의 감성의 한계를 느끼곤 해요. 역설적으로 춤을 추며 감성을 샘솟아내기도 하죠. 물론 발레와 같은 외국무용도 감성이 없으면 출 수가 없지만 기교를 중시하잖아요. 전통무용은 춤사위 하나하나 멋스러운 기교를 내기 이전에 그 춤 자체에 대한 이해와 감성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안 돼요. 감성이 없다면 그저 기교들의 나열이 될 뿐이죠”

젊은 전통무용수 나혜아의 1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무용수가 아닌 그 어떤 여러 수식어가 붙더라도 일상의 언어를 내뱉듯이 춤을 추고 싶은 것이 간절한 바람”이라고 말한다. “어떠한 위치나 명예에 대한 욕심은 아직 없다”며, “그저 지금처럼 고통스러우면서 즐거운 이 춤을 계속해서 추고 있었으면 한다”는 그의 웃음이 맑다. 한국 전통무용의 미래가 그의 어깨와 손끝에서 밝게 빛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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