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용계에 ‘커뮤니티 댄스(Community Dance)’가 주요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커뮤니티 댄스’는 사회적 공통분모를 지닌 다양한 사람들이 무용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해 정체성을 표현함은 물론, 삶의 즐거움을 얻는 활동을 일컫는다. 최근 다양한 시도로 ‘커뮤니티 댄스’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무용계 관계자들에게 ‘커뮤니티 댄스’의 의미와 방향성, 무용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물었다.

‘춘천 아트 페스티벌’ 장승헌 예술감독, “춤을 매개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축제극장 몸짓과 춘천 아트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장승헌 예술감독은 ‘커뮤니티 댄스’에 대해 “춤을 매개로 삶의 의미를 찾는 폭넓은 무용 활동으로 일종의 치료요법으로도 활용되는 힐링 캠프(Healing Camp)”라고 말한다.

장승헌 예술감독은 2011년 8월, 춘천 아트페스티벌을 통해 춘천에 거주하는 40대 중년 여성들을 선발해 2개월간 워크숍을 거친 후 약 20분 정도 길이의 작품을 완성했다. 무대에서 프로 무용수들의 작품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일반 중년 여성들의 댄스 공연은 뜨거운 호응을 불러왔다. 이를 계기로 안무가 장은정을 중심으로 한 ‘춤추는 여자들’ 프로젝트가 서울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2012년 1월부터 아르코 예술극장 옥상 스튜디오 다락에서 공연됐다. ‘춤추는 여자들’ 프로젝트는 8회 공연을 마친 후, 지난 4월 21일 축제극장몸짓 봄 기획공연 개막작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얼마 전 공연된 축제극장 몸짓의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에 참가한 일반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장승헌 예술감독은 “모든 참가자들이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이런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준 출연진들과 스텝들에게 고마움과 감사함을 표현했다”고 말하며, “일부 참가자는 좀 더 적극적인 홍보와 기업 후원으로 다양한 관객층을 확보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2012 ‘세계 춤의 날’ 기념 테마 기획공연 “관객과 춤으로 소통”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가 4월 29일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하는 ‘세계 춤의 날’ 기념 테마 기획공연에서도 일반인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댄스’가 시도된다. 이 공연은 국내 최초로 ‘세계 춤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기획공연으로 지난 2010년에 제1회 공연이 출범해 올해로 제3회를 맞았다.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 관계자는 “2012년 ‘세계 춤의 날’ 테마 기획공연은 보다 새로운 형식으로 다양하게 구성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년 2회 공연까지는 무용계 관계자들만의 축제였다. 세계 춤의 날을 무용인들만의 축제로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관객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무대를 2부에 마련했다”고 전했다.

‘세계 춤의 날’ 기념 테마 기획공연에서는 2부에서 관객과 함께 춤을 추는 무대가 있다. 세계무용연맹 관계자는 “2부 공연을 위해 유튜브를 통해 플래시몹 동작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사전에 볼 수 있도록 했다. 20분 정도 무용수들이 관객과 함께 춤을 춘다. 현장에서 다시 한 번 동작을 알려주기 때문에 누구나 그 자리에서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마지막에는 관객들과 함께 강강술래를 하면서 모두가 춤을 통해 하나가 된다”고 전했다.

‘커뮤니티 댄스’의 바람, 어디에서 불어왔나

‘커뮤니티 댄스’ 움직임이 무용계에서 이슈가 된 계기는 무엇일까. 또한, 점차 그 시도가 확산되고 있는 데는 어떤 의미와 가능성이 있을까. 춘천 아트 페스티벌, 장승헌 예술감독은 무용계의 ‘커뮤니티 댄스’ 움직임에 대해 “춤 대중의 일환”이며, “춤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 고민을 안고 있던 무용인들의 예술적 작업 방식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의 확산 계기에 대해서는 “지난해 극장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콘탁토프’의 제작과정을 담은 피나 바우쉬의 영화 ‘댄싱 드림즈’가 상영된 것이 일종의 기폭제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 관계자는 ‘커뮤니티 댄스’가 이슈가 된 계기에 대해 “최근 TV 등 방송 매체에서 인기를 끈 스타와 함께 춤을 추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영향”을 꼽기도 했다. 이에 더해 “하지만 사회에서 실제로 일반인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최근 불고 있는 ‘커뮤니티 댄스’의 움직임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그 의미를 전했다.

무용의 대중화, ‘커뮤니티 댄스’가 올바로 확산되려면

‘커뮤니티 댄스’는 무용이 어렵다는 기존의 일반 인식을 허물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실제로 ‘무용의 대중화’를 위해 장애가 되는 요소나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장승헌 예술감독은 “무용의 대중화는 사실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공적 자금과 공공기관의 기획력을 통한 대중적 보급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하며, “무용은 그 가치를 다른 예술장르와 비교하며 쉽게 대중화를 시도하는 것이 위험하다. 대중화를 위해 작품의 질적인 저하를 초래한다면 매우 위험한 발상과 시도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커뮤니티 댄스’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있다. 세계무용연맹 관계자는 “우선 춤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춤이 전공자들만의 것이라는 생각과 어렸을 때부터 춤을 배워야만 춤을 출 수 있다는 생각이 자유롭게 춤을 추게 하는데 어려움을 준다. 이번 공연에서는 춤의 원래 목적, 즉 누구나 몸으로 음악을 느끼고 흥을 돋울 수 있는 그런 무대를 만들 예정이다”고 말했다.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세계 춤의 날’ 기념 테마 기획공연은 ‘커뮤니티 댄스’의 시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난 2회 공연에도 일부 관객과의 참여를 시도했으나 실내공연으로 참여율이 저조했다”고 말하며, “이번에는 부산과 서울 공연 모두 무대를 야외로 옮겼다. 우연히 지나가던 시민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커뮤니티 댄스, 의미 있는 시도와 긍정적 에너지

오는 4월 29일 열리는 제3회 ‘세계 춤의 날’ 기념 테마 기획공연에서는 무용전공자들의 무대가 아닌 다양한 무대를 만날 수 있다. 관계자는 “공연 1부에서도 전공자들이 아닌 동호회의 무대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무용수들로 이루어진 공연이지만 전공자뿐 아니라 대학교 동호회나 동아리 등도 다양하게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하며, “서울대, 서강대, 연세대의 힙합동아리를 비롯해 대학교 동호회나 동아리 등이 다수 참여한다. 특히, 대학생으로 구성된 동호회 ‘오아시스’는 아랍 현지의 음악에 맞춘 전통춤 무대는 어떤 무대가 될지 기대가 된다. 그 밖에도 라틴댄스, 살사와 같은 댄스 스포츠 무대도 펼쳐진다”고 전했다.

무용에 일반인들의 참여가 활발히 이루어질 때 한국 무용계가 얻을 수 있는, 그리고 참여하는 개인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는 무엇일까. 춘천 아트 페스티벌의 장승헌 예술감독은 ‘커뮤니티 댄스’의 긍정적인 효과로 ‘힐링’이라는 화두를 꼽았다. 그는 “사회공통적 고민과 상처에 대한 일반인들의 고민, 심적 고통의 치유에도 커뮤니티 댄스는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 또한, 텔레비전 개그 프로그램의 가벼운 재미가 아닌 순수 기초예술이 주는 감동과 일상의 애환을 춤을 통해 체험하는 과정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치유’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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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헌 예술감독은 ‘커뮤니티 댄스’의 움직임을 이어가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도 전했다. 그는 “최근 강원도 인제, 양구, 화천, 춘천 지역 사람들의 삶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 소양강을 소박한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일상을 담은 ‘커뮤니티 댄스’를 기획했다. 지원금 신청심사에서 뮤지컬에 밀려 탈락했지만,  향후 기회가 주어지면 반드시 이 프로젝트를 실현하고 싶다. 또한, 지난해부터 진행해왔던 프로젝트의 후속작업들을 춘천 아트 페스티벌을 통해 다양하게 녹여낼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세계 춤의 날 테마 기획공연 ‘2012 제3회 춤! 그 참을 수 없는 에너지’는 2012년 4월 29일 오후 3시부터 예술의전당 신세계 스퀘어 야외무대에서 진행된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춤을 사랑하는 일반인 누구나 자유롭게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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