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화 작가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조광화 작가는 작가와 연출을 병행한다. 뮤지컬과 연극 등 무대 장르를 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사람으로서 조광화 작가가 느끼는 장단점과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문득 궁금해졌다.

- 작품 활동과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병행하시잖아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학교가 안산이라 너무 멀어요. 체력이 있을 때는 학교 오면서 기분전환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하지만 시간에 많이 쫓기게 돼요. 학생 수도 많고 수업마다 과제가 있어서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요. 대신 학생들한테 에너지를 받아요.

- 뮤지컬과 연극작업을 골고루 하고 있는데, 각각의 장르마다 느낌이 다른가요?

연극은 찐하게 만나는 거죠. 특히 연습하면서 많이 느껴요. 바닥까지 다 드러내서 만나거든요. 연극은 바닥을 기면서 모든 걸 몸으로 체험해야 해요. 친구하고 둘이서 이런 꼴 저런 꼴 다 보면서 긴 배낭여행을 하는 것 같죠. 뮤지컬은 폼 나는 레스토랑에서 수다 떨다가 오는 것 같아요. 사교 생활하는 것 같거든요. 무엇보다 뮤지컬은 시스템이 좋아요. 특히 연출할 때는 콘셉트만 있으면 스텝들이 구체화 시켜줘요.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게 금방금방 보이니까 신나죠. 전자게임 할 때 손가락 한번 움직이면 파장이 크게 일어나잖아요. 뮤지컬도 전자게임처럼 하나 던지면 파장이 커지니까 신이 나요. 연극은 내가 딱 걸은 만큼만 전진될 수밖에 없어요. 한발 걸었는데 10미터 가는 게 아니라 한발 걸으면 한발 밖에 못 가요. 그래서 더 온전히 내 것 같은 느낌을 받긴 해요.

- 조광화 작가의 작품을 보면 인간의 ‘절대적 고독’, ‘외로움’, ‘한’ 등의 정서를 깊게 보여주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작가는 자신이 아는 걸 써야 해요. 전 그런 정서에 예민한 것 같아요. 제가 좀 섬세해요. (웃음) 어떤 메시지나 세상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건 잘 모르겠어요. 저를 주도하는 느낌이 있을 때 ‘어? 이게 뭐지? 왜 이런 느낌이 들지?’ 하다 보니까 그런 정서를 보여주는 작품을 쓰게 됐어요.

- 지금 작품을 쓰는 데 조광화 작가를 주도하고 있는 느낌이나 앞으로 그려내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해왔던 건 계속 그대로예요. 조금 다른 차이라면 ‘설렘’이요. 외로움을 벗어나는 순간이죠. 조금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인간적인 감동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 작가와 연출을 병행하고 계시잖아요. 역할에 따라 각각 작품을 대할 때 시선이 다를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둘 다 무대를 염두에 두고 작업해요. 작가로서 대본 쓸 때는 ‘말맛’을 더 생각해요. 연출로서 대본을 대할 때는 ‘글에서 에너지가 느껴지느냐, 사람냄새가 나느냐’ 등 느낌을 더 쫓죠.

- 현재 구상 중인 작품이 있으세요?

많아요. 조선을 배경으로 한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를 뮤지컬로 써야 해요. 만화 ‘춘앵전’을 뮤지컬로 각색해야 하고요. ‘악역이 좋다’는 연극이에요. 사람들 속에 있는 악에 대한 보고서 같은 작품이에요. 추억과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인 ‘비 오는 날 소풍’도 써야 해요. 차근차근 썼어야 했는데 못쓰고서 계속 밀린 거죠.

- 작가님이 끝까지 하고 싶은, 즉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작품은 어떤 작품인가요?

궁극적으로 정말 경지에 이르면 한두 페이지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희곡을 쓰고 싶어요. 심플하고 쉬운데 삶이 담겨 있는 극이요. 한두 페이지 연극을 볼 사람이 없으니 장사는 안되지 않을까요.(웃음) 다만 그런 경지에 다다르면 어떨까 생각해요.

이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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