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찰나 아슬아슬한 상황이 파도처럼 휩쓸고 지나간다. 배우들의 땀이 후드득 무대바닥에 떨어지고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쥔다. 윤당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연극 ‘뉴보잉보잉’은 2002년 대학로에서 초연한 이후 벌써 10년째를 맞은 긴장감 넘치는 코믹극이다. 지난해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지속하더니, 얼마 전에는 ‘뉴보잉보잉’의 2탄 ‘기막힌 스캔들’이 무대에 올랐다.

코믹극이 여전히 대세인 공연계에서 끊임없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아 온 롱런히트작 ‘뉴보잉보잉’의 힘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연극 ‘뉴보잉보잉’의 연출가이자 2002년 초연 이래 10년의 흥행신화를 이끌어 온 극단 두레의 손남목 대표에게 흔한 코믹극과는 뭔가 다른 ‘뉴보잉보잉’만의 특별한 힘에 대해 물었다.

-관객들은 ‘뉴보잉보잉’이 여전히 롱런흥행작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비결로 매우 독창적인 캐릭터를 꼽는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뉴보잉보잉’은 관객이 보기에 템포가 빠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는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내용 이해나 세심한 전달에는 부족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관객이 내용을 헷갈릴 수 있는 템포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를 모아 이를 극대화했다. 여자인데도 남자처럼 보이시하거나 도도한 캐릭터도 있고, 과도하게 애교스러운 캐릭터도 있다. 또한, 남자는 양다리를 해도 이해할 수 있는 밉지 않은 캐릭터로 만들었다. 바람둥이는 관객에게 미움받을 수 있는 요소이지만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캐릭터가 되도록 조정했다. 그 외의 인물들도 관객들 입장에서 미워지지 않는 캐릭터들이다. 코믹극이다 보니 과하게 오버되는 부분이 있으나 결국은 친근하고 공감가는 인물들이다.

-캐릭터가 밉지 않다는 것은 바람둥이가 진실한 사랑을 깨닫는 등 6명 모두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 해피엔딩의 결말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뉴보잉보잉’의 인물들은 모두 자기들만의 행복을 찾게 된다. 바람둥이 성기는 결국 지수를 선택해 한 여자만을 사랑하게 되고, 순성도 혜수를 만나 자신의 사랑을 찾는다. 이수는 더 좋은 남자를 만나 그들을 떠나고, 가정부 옥희는 더욱 인정받으며 당당히 월급을 올려 받게 된다. 결국은 모두가 고생 끝에 행복해진다. 바람둥이는 더 혼이 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관객도 간혹 있지만 대다수 관객들은 이러한 해피엔딩 결말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

-마르꼬까블레띠의 원작과 한국공연, 무엇이 다르나?

역시나 캐릭터의 성격적인 부분이다. 원작에도 주인공 남자를 둘러싸고 세 여자가 등장하지만 각각 미국, 프랑스, 독일의 국가가 다른 여자들이다. 그래서 원작에서는 나라마다의 특징이 다르다면, 한국 버전은 성격적인 차별화를 극대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투리를 통해 캐릭터 성격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순성의 이름은 ‘순할 순’에 ‘이룰 성’을 쓴 것이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순진한 청년이 실은 모든 것을 다 이뤄가더라’는 의미를 담았다. 옥희의 전라도 사투리는 억세고 진취적이며 뚝심있는 옥희의 성격을 잘 대변한다.

-‘뉴보잉보잉’은 템포가 유독 빠르고 긴장감이 넘치는 작품이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흘리는 땀이 남다를 것 같은데? 

‘뉴보잉보잉’은 배우들에게 열정적인 작품의 대명사다. 문이 하나하나 열리고 닫힐 때마다 새로운 긴장감과 생동감이 살아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에게서 여유로움이 묻어나면 안 된다. 관객이 배우의 여유를 눈치채면 극의 생명력이 사라진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늘 초심을 강조한다. 매 공연 최선을 다 하려는 배우들의 열정과 땀은 때론 관객들이 애처로워하실 정도다. 하지만 긴장감이 이 작품의 생명인 만큼 배우들의 열정은 ‘뉴보잉보잉’의 매우 중요한 핵심요소다.

-연출가로서 이 작품의 백미인 장면을 꼽는다면?

긴장감이 가장 절정에 다다르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에 결국 숨기고자 하는 진실에 맞닥뜨리고 세 여자가 한 자리에서 만나고 만다. 안 만나게 하려고 고군분투하다가 만나게 됐을 때의 그 긴장감이 대단하다. 또한, 이때부터 관객들이 전혀 예측하지 않은 방향으로 극이 전개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강남에 소극장이 드문 현실에서 윤당아트홀의 소극장 공연에 대해 느끼는 점이 있다면?

우선 강남의 현실이 안타깝다. 고급화된 공간이라는 인식 하에 문화적 공간이 사라졌다. 윤당아트홀은 소극장이 많지 않은 강남의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고무적인 공연장이다. 기업의 후원이나 체계적인 지원으로 강남의 공연장들이 더욱 활성화되면 좋겠다. 이제는 강남에서도 공연에 대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우리도 강남 윤당아트홀의 좋은 시설에서 가능한 저렴한 입장료로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해서 꾸준히 강남 관객을 모으고자 한다. 강남 직장인들에게 대학로는 사실 이동하기 불편한 거리다. 강남의 공연장이 강남의 주민과 직장인들에게 가깝고 편안한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후 ‘뉴보잉보잉’의 행보나 계획은?

현재 2탄인 ‘기막힌 스캔들’이 나온 상태다. 결혼한 이후의 이야기로 바람피우지 않으려고 했던 남자들이 ‘한 번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복잡한 상황이 연출된다. 현재는 3탄도 계획 중이다. 7월에 무대에 오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가정부 옥희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이야기가 될 예정이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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