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쓰릴미’는 2007년 초연돼 매년 무대에 오르며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두 명의 배우가 이끌어 가는 단단한 이야기와 단 한 대의 피아노 연주가 어우러지는 긴장감이 백미인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 연출가 노승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 무대에 도전한다. 2011년 뮤지컬 ‘쓰릴미’는 노승희라는 연출가의 손을 통해 이전과는 색다른 느낌의 공연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2011년 뮤지컬 ‘쓰릴 미’를 보는 관객에게 “새로운 해석과 무대에 대해 선입견 없이 그 자체로 감상하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연출가 노승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극단 ‘표현과 상상’ 대표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번 작품에 극단 ‘표현과 상상’의 색이 반영됐는지 궁금합니다.

극단 ‘표현과 상상’은 이미지 연극을 표방하며 창설된 단체입니다. 뮤지컬 ‘쓰릴미’의 11장 ‘내 안경’ 넘버를 보면 사각 틀에서 조명의 점멸이 두드러집니다. 사각형의 조명들이 점멸되면서 무대의 상하좌우의 직사각형이 형성되고, 다시 대각선이 되는 등의 장면 처리는 극단 ‘표현과 상상’의 색채가 짙습니다. 또한, 6장에서 살인을 하자고 그가 충동하는 장면에서 장현덕 배우가 나의 넥타이를 풀어서 마치 그것을 시체처럼 상상하며 노래하는 짧은 장면이 있습니다. 이런 것은 소품을 다양한 기호로 활용하면서 상상력을 자극해온 극단 ‘표현과 상상’의 작업과 일맥상통합니다. 아마 뮤지컬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작품에 타자기, 안경, 염산병 등 많은 소품이 등장합니다. 이번 ‘쓰릴 미’를 더욱 부각시키는 소품이 있나요?

상대를 소유할 때 느끼는 승리감, 희열감을 이들의 ‘쓰릴’이라고 한다면 ‘그’가 위험한 사건들을 해 보임으로써 ‘나’를 꼼짝 못하게 하려는 데 사용된 ‘타자기’, ‘염산병’, ‘살인 도구’ 들은 모두 ‘그’의 ‘쓰릴미’를 위한 소품입니다. 반면 ‘나’의 상징적 소품은 ‘안경’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서로가 서로를 구속하는데 등장하는 ‘피의 계약서’는 두 사람 모두에게 ‘쓰릴미’를 상징하는 소품으로 가장 중요한 소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번 공연은 무대에서도 변신을 시도했다고 들었어요. 이번 무대를 통해 어떤 변화를 주고 싶으셨는지?

무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수용했습니다. 제가 디자이너에게 준 콘셉트는 갇혀 있는 새장의 이미지입니다. 디자이너는 ‘나’의 기억의 개폐를 통해 무대가 형성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런 아이디어들을 통해 열고 닫히는 벽체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무대의 철골 구조는 감옥을 상징하고요. 현재는 기술적인 문제로 무대 삼면을 둘러싼 커다란 철창이 현재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 역시 원래는 디자인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개폐되는 문을 통해 ‘나’의 기억이 더 이상은 환기될 수 없이 닫혀버리는 것으로 종막을 맺습니다. 이를 통해 끝까지 소유하고 싶은 과거를 현재화할 수 없는 허망함을 드러내려고 했습니다. 

- 뮤지컬 ‘쓰릴 미’의 명장면을 꼽으신다면?

개인적으로 11장을 가장 좋아합니다. ‘내 안경’이라는 넘버로 꾸며지는 장면입니다. 매우 긴박한 음악과 상황이 무대와 잘 어우러진 것 같습니다.
 

- 2011년 뮤지컬 ‘쓰릴 미’에서 관객이 중점적으로 봐 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인물의 관계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보기 위해서입니다. 이 작품을 단순한 이분법에 의한 멜로 드라마적 요소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관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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