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노승희는 극단 표현과 상상의 대표 및 상임 연출을 맡고 있는 베테랑 무대인이다. 1997년 이후부터 연극 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데뷔 14년 차다. 연극 ‘굿나잇 데스데모나 굿모닝 줄리엣’, ‘죽지 않아! 굿모닝 줄리엣’ 등을 연출하며 연극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던 그녀는 최근 ‘쓰릴미’를 통해 뮤지컬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오랜 시간 연극 무대를 지켜왔던 만큼 뮤지컬을 연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을까. 그녀는 “장르의 구분이 중요한 시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연극에서 발을 넓혀 지난 5년 동안 관객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뮤지컬 ‘쓰릴미’로 돌아온 그녀에게 작품의 이모저모를 물었다.

- 연극 위주로 활동하던 분이시라 뮤지컬을 맡았다고 들었을 때 어떤 작품으로 모습을 드러낼까 궁금했어요. 뮤지컬 ‘쓰릴 미’를 맡으신 계기가 있으세요?

기획사 측에서 두 남자의 세부 심리 묘사를 표현할 연극 연출가를 원했습니다. 그러한 제작사측과의 공감으로 인해서 하게 됐습니다.

- 뮤지컬 ‘쓰릴 미’를 처음 접하셨을 때 느낌은?
 

얼핏 보면 나쁜 남자에게 이용당하는 착한 남자의 동성애적 사랑이야기 같았어요. 거듭 읽을수록 인간의 ‘표피적인 면’이 아닌 ‘보편적으로 가진 내적 욕망’에 관한 이야기로 보였습니다. 
 

- 작품은 연출가의 의도나 해석에 따라 색이 많이 달라집니다. 뮤지컬 ‘쓰릴미’의 이번 공연 초점을 어디에 맞추셨는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가지려는 두 남자의 ‘소유의 욕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자신이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상대를 소유할 수 있다고 믿는 ‘그’와 그런 ‘그’가 우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만을 의지하게 하려는 ‘나’의 욕망의 대결로 작품을 봤습니다.

- 이번 작품 연출을 하면서 가장 어렵거나 난감했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여러 페어와 연습을 해야 하다 보니 페어 당 연습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또 뮤지컬 배우들이 연극배우들에 비해 많이 움직이는 것을 힘들어해서 그 부분도 어려웠고요. 마이크를 하고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움직임이 작아지고, 정해진 안무도 해야 하니 드라마 부분이 다소 약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뮤지컬 ‘쓰릴 미’가 5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연출가를 만났습니다. 여성 연출가를 만나 작품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여성 연출가이기 때문은 아니겠지만 저 자신이 교과서적으로 극을 풀어가는 편입니다. 대본 분석도 교과서적으로 꼼꼼하게 장면의 행동 목표를 분석하는 등 원칙대로 했습니다. 그런 것이 지금까지의 ‘쓰릴 미’와는 또 다른 측면을 보고 해석하는 이유가 됐을 겁니다.

블로킹(리허설 단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배치와 위치를 무대에 구성하기 위해 동선이나 자리를 정하는 일)도 극장이 돌출 무대인 점을 감안하여 원형 무대 블로킹을 교과서적으로 적용했습니다. 그로 인해 대각선 이동이 많다는 점에서 프로시니엄 무대(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구분 지은 무대)에서 공연을 본 관객들로서는 배우의 등이 많이 보이는 것으로 간주되어 당혹스러워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원형 무대는 관객이 삼면을 둘러싸기 때문에 한 배우의 등을 보는 것은 감수해야 합니다. 그 대신 움직임이 두 배로 많아져서 한 배우의 등을 보는 대신 다른 배우의 얼굴을 보도록 고안돼 있습니다.

음악도 감독님이 교과서적으로 해석하고 노래 기법을 정통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의 연출과 음악이 잘 매치가 됐고, 그런 점에서 학구적인 공연이 되어 기존의 팬들에게는 낯설음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②편에 계속)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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