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서울세계무용축제’가 9월 29일부터 9월 30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을 비롯한 서울 곳곳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에는 ‘무용의 사회적 공공성’이라는 방향성과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행사와 풍성한 프로그램이 서울 곳곳에서 펼쳐진다. ‘서울세계무용축제’는 1998년 개최해 한국무용의 발전과 한국문화의 국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국제교류를 주도해 왔다.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의 ‘이종호’ 회장은 축제의 창설부터 지금까지 14년째 축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14회를 맞이한 ‘서울세계무용축제’과 역사를 함께 해온 ‘이종호’ 회장과 올해 ‘서울세계무용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가 올해로 14회를 맞이했습니다. 이번 행사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해주세요.
‘서울세계무용축제’는 그동안 우리 예술가들에게 국제적 안목과 예술적 자극을 주었습니다. 또한, 관객이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주력했습니다. 국제교류를 통해 우리 무용계의 국제화와 예술가들의 해외진출에도 많은 힘을 기울였습니다. 올해도 축제의 기본 정신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는 한국무용의 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국제무용협회’가 한국 무용계에 어떤 의미와 영향력을 가진다고 보시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스스로 말하기에 좀 쑥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국제무용협회’는 ‘서울세계무용축제’를 비롯해 다양한 국제교류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우리 무용인들에게 국제적인 감각과 국제교류의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해 온 것에 많은 분이 높은 점수를 주시고 있습니다.

- 예술감독이라는 직책이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직책입니다.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예술감독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지 말씀해주신다면?
예술감독은 축제의 예술부문을 책임지는 자리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간단히 말해, 축제 프로그램을 결정하는 자리지요. 저 역시 ‘서울세계무용축제’에 참가할 단체와 공연작품을 선정하는 일을 합니다. 국내․외 공연단체와 그들의 작품을 두고 축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다양성’을 고려해 전체 프로그램의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작품과 단체 선정 이외에도 다양한 일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예술감독의 가장 큰 역할은 축제의 방향과 그에 따른 예술적 내용을 만드는 일입니다. 

- 이번 행사에서 예술감독을 맡은 소감을 전하신다면?
저는 ‘서울세계무용축제’를 창설하는 직접 참여했던 사람입니다. 지난 1998년 처음 축제를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예술감독의 역할과 축제 총책임자로서의 역할을 겸하고 있지요. 벌써 14년째 예술감독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매해 축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설렘과 더불어 부담감도 갖게 됩니다. 관객을 비롯해 무용계에서도 저희 축제 프로그램을 주목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그렇게 되더군요.

- ‘제14회 서울세계무용축제’의 주제가 ‘무용의 사회적 공공성’입니다. 행사의 주제를 ‘사회적 공공성’으로 정하시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올해 축제의 ‘주제’가 ‘사회적 공공성’만은 아닙니다. 저희 축제는 매년 주제를 하나로 설정하지 않습니다. 물론 축제 전반을 잘 살펴보면 매해 주가 되는 방향성이 3-4개씩 존재합니다. 하지만 축제의 방향을 하나의 주제로 선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춤의 ‘사회적 공공성’은 올해 저희 축제의 큰 방향성 중 하나입니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최근 예술계는 전통적인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와 같은 사례들이 있고요. 무용분야 역시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커뮤니티 댄스’ 활동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댄스’란 공통의 사회적 정체성에 기반을 둔 다양한 사람들이 춤을 통해 삶의 즐거움, 관계회복, 치유, 치료 등의 효과를 얻는 춤 활동입니다. 올 초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인천아트플랫폼과 국제무용협회가 본격적으로 ‘엄마와 딸’ 이라는 ‘커뮤니티 댄스’ 활동을 처음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춤의 ‘사회적 공공성’에 대한 고민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이번 축제에서 처음으로 그 고민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올해 ‘커뮤니티 댄스’ 프로그램을 만들고, 포럼의 주제로 삼아 함께 논의해보는 자리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국내에 아직 이 부문에 대해 공감대나 전문가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누군가는 시작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이 프로그램에 대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KBS강태원복지재단, 해외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들게 됐습니다. 춤을 통해 우리 사회와 대중이 건강한 삶의 에너지를 얻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저는 기본적으로 무용의 ‘사회적 공공성’이 ‘왜 필요한가’보다 ‘당연히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무용의 사회적 공공성’과 관련해서 예술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앞으로 무용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거창하게 제가 향후 우리 무용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최근 우리 무용계에서 이 부분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그룹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 이 문제에 더욱 많은 무용인이 관심을 갖기를 바랍니다. 무용이라는 예술 안에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는 대중과 호흡하고 소통하며 함께 예술을 나누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 이번 ‘제14회 서울세계무용축제’ 행사가 지난 행사들과 다른 특징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이번 축제에서는 첫째로, 무용의 ‘사회적 공공성’을 고민하는 ‘커뮤니티 댄스’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시도했습니다. 두 번째는, 국제교류의 심도를 깊게 하는 프로그램의 구성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국제교류의 수량적 증가가 폭발적입니다. 무용분야도 국제교류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수량적 목표보다는 한 지역을 좀 더 심도 있게 소개하는 방향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 ‘노르딕 포커스’ 프로그램처럼 올해는 ‘동유럽 포커스’ 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동유럽의 무용을 한 번에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공연단들을 선별해서 그 지역과의 교류를 심도 깊게 진행하는 것이지요. 또한, 이 지역의 무용계 현황에 대한 강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초청하는 공연단 중에는 자체적으로 페스티벌을 개최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는 단체도 있습니다. 향후 이런 공연단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무용단체가 이번 행사에 참여합니다. 어떻게 초청하고 참여하게 되는지가 궁금합니다.
‘서울세계무용축제’의 초창기에는 먼저 오퍼를 보내오는 팀이 많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세계적인 명성의 공연단들은 콧대 높은 자세를 보이기도 했었습니다. ‘서울세계무용축제’는 그간 꾸준히 축제를 개최하면서 축제의 예술성을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최근에는 먼저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공연단들의 러브콜이 꽤 많아졌습니다. 아시아 투어를 계획하고 있는 세계적 명성의 공연단들도 이제는 ‘서울세계무용축제’를 빼 놓지 않고 노크합니다. 그리고 저도 다른 축제의 예술감독처럼 여러 경로를 통해 공연단의 작품을 보고 초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해외 축제나 마켓에 참관해 공연단과 작품을 선정하거나 세계 여러 나라의 전문가, 지인들의 추천을 받기도 합니다. 국내에 있는 주한 외국공관들이 자국의 단체를 ‘서울세계무용축제’에 초청해 줄 수 있는지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하고요.

- 제14회 ‘서울세계무용축제’를 통해 얻고자 하는 성과가 있으시다면?
매년 똑같은 소망을 합니다. 축제 관객들과 참가한 공연단들, 자원활동가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축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 이번 행사를 준비하시면서 가장 어렵거나, 힘들었던 부분은 어떤 점이셨나요?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입니다. 재정적인 부문의 어려움을 빼놓을 수가 없네요. 저희는 지자체나 국가기관이 주최하는 축제가 아니다 보니 재원 마련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축제가 열릴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희 축제도 일반 공연단들과 똑같이 극장에 대관 신청을 하는 과정을 거치거든요. 그렇다 보니 축제 일정이나 장소가 저희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 이번에 참가하는 단체 중 기대하고 있는 단체나 작품이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간단한 소개와 이유를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먼저 개막작인 독일 ‘자를란트 주립 발레단 – 돈론 댄스 컴퍼니’의 ‘프리다 칼로의 푸른 집’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프리다 칼로’는 세기의 여성 화가이자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여인입니다. 이 작품은 ‘프리다 칼로’를 해석한 작품으로 예술성, 대중성을 골고루 갖춘 수작입니다. 이탈리아 ‘스펠바운드 무용단’은 이탈리아적 조형미를 춤으로 보여주는 단체이고요. 이외에도 독일 ‘올덴부르크 무용단’의 시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NO 8’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작품이 있지만 ‘힙합의 진화’ 공연도 기대해주십시오. 힙합과 현대무용이 만나 새로운 예술 장르를 추구하는 공연입니다.

- 국가와 문화를 뛰어넘은 무용축제, ‘서울세계무용축제’를 기대하고 있는 관객에게 한 말씀 전하신다면?
선입견 없이 축제를 편하게 즐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무용이라고 하면 ‘고급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시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힙합, 댄스스포츠, 탱고, 살사, 막춤 등 우리 주위에는 언제나 춤이 있습니다.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도 탱고, 힙합, 살사 등 많은 대중적인 춤을 소개해 온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이종호 예술감독님의 향후 계획과 ‘서울세계무용축제’의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희 축제는 지속적으로 해 온 일을 묵묵히 추진할 겁니다. 그리고 올봄에 개최했던 ‘세계 춤의 날’ 행사나 ‘커뮤니티 댄스’처럼 춤이 우리 생활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특정 국가나 특정 지역에 한국무용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작업도 앞으로 더욱 강화할 생각입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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