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신은 뮤지컬 평론가다. 그는 현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모비딕’을 통해 연출가로 첫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뮤지컬 ‘모비딕’은 한국에서 보기 어려웠던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 속에서 라이브 연주의 매력을 새로운 형식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평론가 조용신’이 아닌 ‘연출가 조용신’으로서 그의 첫 작품은 어떨까 궁금했다.

- 대본과 가사, 연출을 직접 맡았다고 들었다. 이번 작품을 어떻게 구상하게 됐는지?

브로드웨이에서 액터-뮤지션 형식의 뮤지컬 ‘스위니토드’와 ‘컴퍼니’를 봤다. 이런 작품을 보면서 뮤지컬이 갖고 있는 라이브 연주의 매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액터-뮤지션 뮤지컬을 보면 배우에 대한 경외감이 느껴진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나 ‘컴퍼니’는 원래 액터-뮤지션 뮤지컬이 아니다. 원작을 액터-뮤지션 뮤지컬로 각색한 것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기존에 있는 작품도 이렇게 ‘새롭게 연출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이 가장 재미있고 부러운 부분이었다. 그런 시기에 정예경 작곡가도 액터-뮤지션 뮤지컬과 같은 쪽으로 관심 있어서 같이 하게 됐다.

‘모비딕’을 구상하면서 서양악기로 구성해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기타 같은 친숙한 악기는 이미 무대에서 많이 다루어졌기 때문에 클래식 악기를 사용해 보면 좋을 것 같았다. 소설 ‘모비딕’을 떠올린 것은 우연이었다. 액터-뮤지션에 관련된 자료를 찾다가 ‘모비딕’으로 액터-뮤지션 형식의 극을 선보였던 독일의 극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비딕’ 속의 고래라는 대상이 ‘콘트라베이스’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 악기가 가진 외형과, 작품 속 등장하는 고래와의 연관성을 두고 구체적인 캐릭터에 각기 다른 악기를 매치했다. 이런 형식은 다른 액터-뮤지션 뮤지컬에서는 사용한 적이 없다. 무엇보다 악기에 집중해서 극을 보여주려 했다.

- 굳이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란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공연’이라는 것은 무대에서 재미와 감동을 줘야 한다.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는 형식 자체가 신기하지 않나. 뮤지컬은 노래와 연기, 연주를 한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보여주는 방식은 다양하다. 프랑스 뮤지컬처럼 노래와 춤을 분리해서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세 가지 요소를 한 배우에게 통합시키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좀 더 색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도 있었지만, 뮤지컬에서 라이브 연주가 주는 매력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이러한 액터-뮤지션 뮤지컬 형식은 배우의 수와 연주자의 수를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원래라면 배우 7명, 연주자 7명이 참여해야 한다. 액터-뮤지션 뮤지컬은 7명의 배우만으로 효율적인 무대운영을 할 수 있다.

- 작품을 연출하면서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가장 어려웠던 것은 배우가 악기를 들고 무대에서 행동하는 것, 그 자체였다. 악기와 캐릭터가 매치도 잘 되고, 각색도 잘 진행이 됐지만 움직임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협력연출인 이소영 선생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연주 위주로 공연한다 해도 움직임이 적은 상태에서 대사만 한다면 콘서트에 대사를 얹은 것밖에 안 된다. 작품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리딩회는 그렇게 진행했다.

뮤지컬 ‘모비딕’은 전문 배우보다 연주자가 더 많은 공연이다. 연기나 보컬 부분에도 많은 트레이닝이 필요했다. 연출 이전에 배우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우선이었다. 이것도 내 몫이지만 혼자 진행할 수가 없어서 연기 코치와 보컬 코치를 영입해 기본기 트레이닝을 했다. 정말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통해 대구 공연을 마치고 서울 공연을 준비하면서 움직임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타입으로 갔다. 지금은 공연의 많은 부분이 통합돼 있다.

뮤지컬 ‘모비딕’은 음악 연주와 연기가 한 몸처럼 이뤄진다. 음악이 드라마를 이끌기도 하지만 연주하는 행위 자체가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기도 한다. 선장이 무거운 첼로를 끌고 나오는 장면은 그가 신체적으로 불편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살 던지는 모습도 바이올린의 보잉을 크게 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다양한 상황이나 행동을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웠다.

연주가가 퇴장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이 보기에 단조로울 수도 있다. 그 안에서 다양한 것들을 바꿔가야 했기 때문에 배우가 무대에서 쉴 시간이 없을 정도로 굉장히 바쁘다. 다른 사람들의 뒤에서 반주를 해주더라도 특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각각의 캐릭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런 부분들을 감안해 정예경 작곡가가 노래를 썼다. 인물들이 어떤 노래를 부르고 누가 반주를 할 것인지도 의미를 부여했다. 배우도 자신의 역할을 분석해 악기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 무대가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 무대를 만드는 데 있어 어떤 점에 유의했는지?

뮤지컬 ‘모비딕’은 세트가 하나다. 무대 디자이너에게 ‘무대가 상징적으로 여러 공간이 결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만 말했다. 만들어진 무대를 봤을 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상징적이면서 실용적이었다. 피아노 위에 올라가면 피아노가 망가지지 않나. 그래서 캐비닛을 만들어 피아노가 상하지 않게 안에 넣었다. 우리 작품은 두산아트센터와 공동제작이다. 두산아트센터의 무대감독님이 무대를 여러 가지로 연출할 수 있게 만들어주셨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