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코요테 어글리’의 오세준 연출가는 “이 작품을 기획할 당시, 큰 열린 공간에서 ‘파티’의 이미지 살려서 하고 싶었다”고 했다.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는 2000년 개봉해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던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이번 공연은 ‘브랜드 라이선스’로 이뤄졌다. ‘코요테 어글리’의 브랜드를 빌려 한국에서 순수 창작해 만든 공연이다. “원작을 피해 가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말하는 오세준 연출가를 만나 창작 초연인 ‘코요테 어글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 철저한 쇼다!”

‘코요테 어글리’는 영화의 이미지가 크다. 영화는 단선적이다. 시골에서 상경한 시골 처녀의 이야기다. 뮤지컬로 옮기려고 했을 때 소극장용 뮤지컬밖에 안 될 것 같았다. 무대에 물도 뿌리고, 맥주도 마시면서 할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고 싶었다. 영화에서 등장했던 이런 이미지를 생각하고 오신 분들은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를 낯설게 생각할 수도 있다.

대극장에서 공연하다 보니 참여하는 형태가 아닌 관람적 형태를 갖추게 됐다. 관객들이 극장에서 만나는 ‘코요테 어글리’를 어색해하시는 것 같다. ‘쇼’가 강한 스타일의 흥겹게 즐기는 것을 좋아하시는 관객들은 좋아하신다. 기획 때도 타이틀을 ‘쇼’로 잡았다. ‘쇼’처럼 즐거운 인생을 담으려고 했다. 시골소녀가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한다. 모두가 함께했기 때문에 이뤄낼 수 있는, 꿈을 갖고 노력하고 기다리면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화 스토리가 전형적이지 않나.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은 따르면서 영화와 다르게 만들려 했다.

“시골소녀상경기, 뻔하다? ‘쇼’를 즐기기에 이만한 이야기도 없다”

스토리라인을 새롭게 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한 소녀가 상경기라는 점은 같다. 영화와 똑같이 갈 수도 있지만 새로운 인물들이 만들어지면서 관계들이 많이 바뀌었다. 영화 원작이 워낙 유명해 기존의 것을 피해 가는 것이 더 어려웠다. 한국 초연 뮤지컬이기 때문에 우리 스타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있었다. 물론 라이선스에 대한 것도 있다. ‘코요테 어글리’의 ‘브랜드’와 ‘영화’를 갖고 있는 팀이 다르다. 영화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 건 'CSI'와 ‘캐리비안 해적’ 시리즈를 제작한 ‘제리 브룩 하이머’다. 우리는 ‘브랜드’만 받는 라이선스를 통해서 창작한 작품이라 미세한 차이가 있다.

이 작품을 시작하기 이전에 동덕여대 실용음악과에서 워크숍을 했다. 동서대학교에서도 두 시간 반 정도의 공연을 올렸다. 영화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따른 워크숍 공연이었다. 이만큼의 워크숍 작업이 있었기 때문에 공연을 짧은 시간 내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현재는 워크숍 단계의 작품과는 차이가 크다. 기존의 워크숍 공연과 또 다르게 각색하면서 시간이 조금 부족한 면도 있었다.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는 좋게 얘기하면 ‘친숙하다’고, 나쁘게 말하면 ‘뻔하다’고 할 작품이다. 이런 익숙한 스토리는 쇼를 즐기기에 좋다. 친숙함을 강조하면서 새롭게 만들려고 했다. 곡도 팝스타일이라 뮤지컬 문법에는 맞지 않는다. 뮤지컬 문법으로 바꾸려 하기보다 곡을 많이 손대지 않고 ‘무대에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번 무대에 사용되는 곡들은 원곡을 손대지 않고 가사만 전부 새로 작업한 것이다.

“네 명의 연출가 고사, 이제야 이유 알 것 같다”

원작이 유명하다는 것은 나쁜 것일 수도 있지만 좋은 점일 수도 있다. 내가 이 작품을 맡기 전 네 명의 연출가가 고사했다고 들었다. 단편적인 스토리라인으로 어떻게 공연을 만들겠냐는 걱정 때문이었다. 반면에 나는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의 그런 점이 정말 좋았다. 뮤지컬을 만드는 작업이 신이 났다. 그러다 공연이 임박해 오면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 내가 기대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도 관객이 원하는 ‘코요테 어글리’와 우리가 만든 ‘코요테 어글리’는 다를 수 있다.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에서 정말 유심히 봐 주셨으면 하는 것은 ‘쇼’다. 관객들이 마음 편하게 오셔서 ‘이거 쇼구나’ 하고 즐기셨으면 좋겠다. 우리 인생도 쇼처럼 즐거운 인생이지 않나. 코요테 클럽 안에서 한 여자가 가수로 성공하기까지 공연 속에 수많은 꿈들이 나온다. 이 꿈들이 성취돼가는 과정을 쇼로 즐기면서 웃고 떠들면서 보셨으면 한다.

“아버지와 딸의 소통 장면, 가장 인상 깊어”

인상적인 장면을 객관적으로 꼽자면 파워풀한 안무를 선보이는 첫 장면을 들 수 있다. 뮤지컬 쇼에 딱 맞아떨어지는 장면이다. ‘We can get there’라는 곡도 좋다. 뮤지컬이 담을 수 있는 감동의 합창을 들려준다. 개인적으로는 2막 후반부의 아빠가 딸한테 들려주는 ‘Manhattan henge’ 넘버를 좋아한다. 석양이 지평선처럼 쫙 펼쳐지면서 직선으로 빌딩을 덮는 장면이다. 무대적으로 구현하기는 어려웠다. ‘에이프릴’의 아버지가 석양이 지는 장면을 보면서 ‘이것이 시골 사람들이 도시를 살아가는 방법이다’고 말한다. 석양이 빌딩을 덮듯이 네가 때가 되면 너의 색깔로 뉴욕의 빌딩을 다 덮을 것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다시 해보라고 말한다.그 장면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루나, 디셈버, 장희영 - 참 가수들, 각자 매력이 넘쳐”

우리 작품에는 가수, 연극배우, 뮤지컬배우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다들 각자의 매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관객 중 일부는 이들을 보면서 ‘얼마나 잘하나 보자’하면서 공연을 본다. 이런 마음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뮤지컬에서 가수들이 장점을 보이는 부분도 있다. 뮤지컬을 아무리 오래 한 배우라도 맡은 역할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들이 있다. 작품을 볼 때 ‘이 가수가 이런 역할을 해서 더 좋은 면이 있겠구나‘하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지금 출연 중인 ’디셈버‘의 DK와 윤혁도 아주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에이프릴‘을 맡은 세 명의 배우들도 각기 내가 원했던 여자주인공의 매력을 하나씩 갖고 있다. 유하나, 장희영, 루나를 합쳐놓으면 좋겠다.(웃음) 유하나의 씩씩함과 건강함, 장희영의 순수한 느낌, 루나의 개구쟁이 같은 통통 튀는 느낌이 정말 좋다. 개인적으로는 여주인공이 이런 매력들을 다 갖췄으면 했다. 세 사람의 매력이 다 다르다.

“오세준 연출가의 새로운 작품들, 만들어지고 있는 중”

예전부터 준비하고 있는 창작 콘텐츠가 있다. 자체적으로도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처럼 유명 콘텐츠를 발굴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지금은 ‘시네마 천국’의 대본 작업과 ‘브링잇온’을 진행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작년부터 인큐베이팅 중인 ‘햄릿’을 바탕으로 제작 중인 ‘To be or not to be'를 준비하고 있다.

뉴스테이지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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