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과 ‘안무가상’을 받았다. 물론 무척 기뻤다. 그런데 ‘금상’보다 오히려 ‘안무가상’이 더 기뻤다. 내가 여기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안무가의 덕택이다. 안무가가 전하려고 했던 것을 내가 잘 전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아 기뻤다. 어떤 부분을 높이 평가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원래 경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테크닉이 아니라 관객의 마음에 전달되는 무대를 하고 싶었다. 이번에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중시한 것은 테크닉의 연습이 아니었다. 관객의 마음을 생각하고 관객에게 진심으로 전달되는 안무를 하고 싶었다.

인형을 사용해 주목받은 작품의 제목은 ‘Flask'다. ‘Flask'는 과학 실험에서 쓰이는 병이다. 병 안에 선박이 들어있는 이미지를 생각했다. 무엇이든 안에 집어넣고 마는 병이다. 인형도 그렇다. 인간이 아닌 인형에 소중한 인간을 집어넣어 그 존재로 삼아버린다. 자신의 마음을 인형에 집어넣어 인간처럼 생각하고 대하는 것이다. 무용수인 내게 인형은 매우 중요한 존재다. 그런 마음을 담아 안무를 했다. 인형은 내 신장보다 조금 큰 크기로 녹색빛이고 팔, 다리가 굉장히 길다. 다른 작품에서도 사용한 적이 있는 인형이다. 

최근 현대인들은 휴대폰이나 최신 기기를 통해 이메일이나 문자를 보내며 소통한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바로 옆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사람과의 소통은 단절시킨다. 안무가는 그런 부분을 표현하고 싶어 했다. 여기 오기 전에 일본에 대지진이 있었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지진을 테마로 하고 싶었다. 인형은 어딘가 인간의 죽음을 상징하는 부분이 있다.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인간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그런 상황을 생각했다.

인형을 사용한 ‘Flask'는 드라마틱한 음악을 썼다. 과하다 싶을 만큼 드라마틱하다. 또 다른 작품 ’군군(ぐんぐん, 앞으로 쭉쭉 나가는 모양)‘은 조금 기계적인 음악이다. 몸을 계속 작게 흔들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무대에서 앞으로 흔들리면서 나아가는 게 전부다. 지진과 같이 자신을 두렵게 하는 많은 것들 사이에서 앞을 향해서 계속 나아가는 에너지를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