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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NOW 무용단 우수 레퍼토리 공연’, 우리 시대의 의미 있는 메시지가 무대 위에 펼쳐지다

                  

 

이번 5월 1일과 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는 ‘NOW무용단’의 우수 레퍼토리 공연이 펼쳐졌다. 이번 공연은 ‘NOW무용단’이 보유하고 있는 컨템포러리 댄스 작품 중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받은 작품들을 보아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또한 특별히 이번 공연에서는 예술감독 ‘손인영’의 대표 창작물들을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통해 그간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무대였다.

- 서예와 춤의 만남, ‘허정’
‘서예’가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어떻게 정적인 ‘서예’가 동적인 ‘춤’과 만나 무대 위에서 표현될 수 있을까? 하지만 작품 ‘허정’의 안무가 ‘손인영’은 춤과 서예와의 만남을 통해 하나의 의식과도 같은 아름다운 무대를 표현해내었다.
공연이 시작되면서, 안무가 ‘손인영’은 하얀천을 몸에 두르고 정교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또한 그녀의 치마 끝단에는 마치 방금 먹에 적셨다가 꺼낸 붓처럼 검정색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무대를 감싸는 파란 조명은 ‘서예’ 자체로써의 경건함과 동양의 신비감을 드러내주기 충분했고 새 하얀 천으로 감싸진 듯 한 무대는 마치 한 장의 화선지를 떠올리게 했다. 곧이어 시작된 그녀의 고요한 몸짓은 마치 운필의 강약 등으로 전개되는 율동미를 담은 서예처럼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움직여 내려갔다. 그리고 ‘허정’은 영상을 통해 마치 무대 위에서 실제로 서예를 하는 것처럼 그녀의 몸짓에 따라 검은 필체가 ゴ肉� 그대로 그려졌다. 하얀 천을 두른 하나의 붓이 된 ‘손인영’의 몸짓은 경건함까지 느껴질 정도로 서예의 운필의 모양을 아름답게 드러내었다. 더 이상 무대 위에서 ‘손인영’은 안무가가 아니었다. ‘손인영’은 이미 무대 위라는 화선지 위에서 하나의 붓이 되어 서예의 필체를 써내려갔다. 마치 하나의 ‘의식’과 같은 이러한 ‘춤’은 관객들이 숨소리도 내지 못할 정도로 극에 온전히 혼연일체하게 해주었다. 또한 영상을 사용하여 서예의 필체를 무대 위에 곧 드러내는 점도 관객들이 극에 몰입하도록 도와주는 매우 적절한 요소였다.

- 손을 통한 의미의 확장, ‘손의 죽음’
‘손의 죽음’은 조각가 최종태가 브론즈로 제작한 ‘손’에서 모티브를 따온 크로스오버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춤과 영상, 그리고 라이브 음향이 어우러져 가장 기능적인 신체 일부인 손의 정체성에 관한 해석을 담아낸 작품이라 평가받는다. ‘손의 죽음’ 은 먼저 영상을 통해 하얀 천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작됐다. 하얀 천 속의 그 무언가는 마치 이제 막 깨어나기 시작하는 생명의 잉태의 모습을 담은 듯도 하고, 하얀 천이 물결치듯 흐르는 모습은 마치 물같이 흐르는 인생의 순환 구조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곧이어 하얀 천 안에서 꿈틀 대는 그 무언가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들은 짧은 머리를 한 여자 둘로 하얀 천을 몸에 두르고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양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다 하얀 천의 모습은 곧 자연의 모습으로 오버랩된다. 이는 손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연결고리가 곧 자연으로 이어짐을 보여주는 것이고 자연으로 인해 모든 것이 정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전자 기타 연주가 가미된 이 공연은 참 묘한 작품이었다. 무대 위에서 하얀 천을 두른 채 무용수는 계속적으로 고통에 몸부림 치는 듯한 몸짓을 이어갔고, 그에 따라 연주되는 전자 기타 연주는 그녀의 미묘한 내면적 심리를 잘 드러내주었다. 또한 중간 중간 목탁소리와도 같은 연속적인 효과음 또한 관객들의 마음에 초조한 불안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극 중간 중간에 무용수가 두른 천 위로 영상으로 표현된 ‘손’이 등장했다. 그 ‘손’은 마치 고통에 몸부림치는 무용수를 집어삼키려는 듯 불안의 대상이 되어 다가왔다. 또한 ‘손’은 영상 속에서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가에서 여자의 머리를 씻기는 행위로써도 표현되었다. ‘손’만큼 우리 몸에서 가장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신체의 일부가 있을까? 결국 이 작품에서의 ‘손’은 때로는 폭력과 고통의 존재가 되기도 하고 또는 자연과의 관계로까지 확장시켜 ‘손’과의 다양한 연결고리를 보여주었다.

- 나 자신을 응시한다, ‘대면’
작품 ‘대면’은 무대 위에서 암전이 된 상태에서 영상에 글자들이 떠오르며 시작된다. “나는 가끔 칠흑같은 어둠과 대면하곤 한다. 그럼 우리는 우리 자신과 대면하기도 한다” 라는 음성과 함께 영상 위 검은 배경 위에 떠오른 하얀 활자들이 의미심장하게 극의 시작을 알린다. 무대 중간에는 무대를 딱 반으로 나눈 것처럼 밧줄이 무대 끝과 끝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용수는 그 위에서 위태롭게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바람에 날리는 듯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시작되는 음악은 물 속에서 무언가가 풍덩풍덩 빠지는 듯한 소리처럼 들려왔다. 우리는 무대 맨 왼 쪽에서 신비스러운 파란 조명 아래에서 하얀 옷을 입고 한쪽 구석에 찌그러지듯 앉아 있는 한 사람의 모습에 주목해야 한다. 공연 초반부에 등장해 중반부에 갑자기 무대 뒤로 사라지는 그는 마치 ‘대면’의 음성이 이야기하던 것처럼 ‘나’와 대면한 ‘나’ 자신을 상징화한 듯 하다. 그는 ‘나’의 또 다른 자아이자, ‘나’와는 또 다른 나를 드러낸다. 이처럼 ‘대면’은 나 자신과 대면한다는 자아와 내면의 충동을 ‘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내었다. 또한 무용수가 무대 중간에 설치된 줄타기를 하는 움직임을 통해 우리의 인생사를 줄타기에 비유하였다. 그 외에 무용수가 입은 검은 색 의상과 오직 흰 빛을 띤 조명 사용은 인간의 고독감과 내면을 응시하는 듯 한 내면심리를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 웃음의 부조리화, ‘웃음’
이 공연, 처음엔 유쾌하게 시작한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젊은 무용수들의 흥겨운 몸짓과 경쾌한 음악은 그간 약간은 무거웠던 무대 분위기를 밝게 해주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관객들은 이상한 기미를 알아채기 시작했다. 5명의 무용수들 중 한 사람만이 남자고 나머지는 다 여성 무용수들이다. 4명의 여성 무용수들은 각각 극의 초반에 자신의 이름과 특징들을 음성을 통해 소개했다. 저마다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들의 특징과 자신들을 소개하는 말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극이 후반부에 달할수록 관객들은 한 명의 남자무용수에 주목하게 되었다. 다 똑같은 안무를 출 때에도 이 남자 무용수는 박자를 느리게 추거나 잘 따라가지 못했다. 남자 무용수는 계속 따라가기 벅찬 듯 연신 양 팔을 허우적댈 뿐이다. 그런 그의 잦은 실수에 관객들은 곧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대 위, 4명의 여자 무용수들도 그 남자 무용수를 중간에 두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웃음이 기분 좋은 웃음으로만 들리진 않는다. 곧이어 상황이 역전되었다. 관객들은 더 이상 남자 무용수의 몸짓을 보고 웃지 않았다. 엉성한 걸음걸이로 4명의 여자 무용수들의 경쾌한 몸짓을 더듬더듬 따라가는 남자 무용수의 몸부림에 관객들은 묘한 기분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모든 게 획일화된 이 시대에, ‘다름’과 ‘차이’라는 건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는 언제나 타인과 ‘다름’을 강조하고 ‘다르게’ 살기 원하지만 우리와 조금만 다른 사람을 봐도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소위말로 ‘왕따’시킨다. 또한 모든 것을 ‘빨리 빨리’ 진행시키는 세상 속에서 불편하고 느린 걸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늘 다수를 따라가기 힘들다. 이처럼 이 작품은 획일화되고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요즘의 시대 속에서 ‘다름’과 ‘느림’이 얼마나 멸시받고 무시당하는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춤’을 통해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현대사회의 무거운 주제를 아이러니하게도 웃음과 유쾌한 몸짓을 통해 표현하였다. 또한 이 공연은 웃음이라는 행위를 통해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속 메시지를 유쾌하게 이끌어나갔다. 결국 작품 ‘웃음’은 우리시대의 부조리에 대한 하나의 통렬한 비웃음이요, 이 시대의 외침이었다.

‘NOW 무용단’의 ‘우수레퍼토리 공연’은 저마다 이 시대의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펼쳐나갔다. 이 공연은 단순히 ‘춤’에 그치지 않고, 그 의미를 확장시켜 관객들로 하여금 다양한 시각과 생각의 여지를 남겨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큰 작품이다. 앞으로 ‘NOW 무용단’이 어떤 레퍼토리화된 ’춤‘을 가지고 관객들에게 다가설지 그 행보를 주목해보자.


이종미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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