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은 1분에 한 명씩 방으로 들어간다.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 헤매다보면 4개의 설치를 만나게 된다. 1 방은 ‘나’의 지나간 모습과 지금의 모습, 이어 다가올 모습을 만날 수 있는 방이다. 2 방은 드러낸 ‘나’와 감춘 ‘나’, 그런 ‘나’를 보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방이다. 3 방은 눈앞에 보이는 ‘나’ 가운데 어느 것이 ‘나’인가 생각하는 방이다. 4 방은 유진규와 와인, 커피, 물을 마시면서 쉬어가는 방이다.”

‘유진규의 빨간방’은 그가 1979년 발표한 ‘아름다운 사람’, 1998년 발표한 ‘빈손’ 이후 자신의 작업세계를 뒤바꾼 새로운 개념의 공연이다. 이 작품은 2008년 12월 춘천 ‘미공간의 봄’에서 초연된 후 2009년 10월 서울 인사아트센터, 춘천 브라운5번가 광장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설치 공연됐다. 2010년 ‘유진규의 빨간방’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인사아트센터의 후원 아래 보다 새로운 감각으로 업그레이드돼 관객을 찾아온다.

2010년 ‘유진규의 빨간방’이 열리는 인사아트센터 제1전시실은 100평으로 이전의 전시공간보다 약 5배 확대됐다. 프로듀서 임인자(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는 “전체 공간을 바라보며 드라마적인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즉 작품이 설치된 동선과 관객의 동선이 복합적으로 얽히는 흐름에 ‘빨간방’의 주요 원리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확장된 공간을 무엇으로 채우려하지 않고 오히려 비워나가면서 관객이 오롯이 자신과 만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전시장에서 진행되는 이 작품은 ‘공연은 왜 극장에서 정해진 시간에 관객을 모아놓고 진행되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됐다. 유진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공연의 방식과 형식은 그 정도로 됐다고 생각한다”며 “극장이라는 기존 공연공간이 갖고 있는 제약들을 해체하는 데 전시장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전시장은 극장보다 모든 면에서 자유롭다”고 전했다.

이어 “각각의 설치들은 복합적인 의미를 미니멀하게 함축시켜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조형미와 독립성을 갖도록 했다. 이것은 내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극적인 연결구조와 공연세트의 가식성)에 대해 미술인들이 지적한 ‘각각의 설치들은 독립된 완결성과 조형미를 가져야한다’는 충고를 받아들인 결과”라고 말했다.

유진규는 ‘빨간방’에 이어 ‘까만방’, ‘하얀방’, ‘노란방’, ‘파란방’ 등 매년 한 작품씩 발표할 계획이다. ‘유진규의 빨간방’은 8월 27일부터 9월 5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입장료는 1,000원(중학생이상 관람)이며 10시부터 19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